미국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시각을 180도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소송을 연달아 취하하거나 조사를 종료하는 등,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친화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몇몇 소송이 끝난 것을 넘어, 이는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과 규제 전략 자체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집행에 의한 규제' 시대의 종말 : SEC의 변화
지난 몇 년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산업을 통제하려는 '집행에 의한 규제'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리플 등 수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SEC와의 지루한 법정 다툼에 시달려야 했죠.
하지만 2025년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 소송 취하 및 조사 종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이낸스뿐 아니라 코인베이스, 리플, 제미니, 크라켄 등 주요 거래소들에 대한 소송이 속속 취하되거나, 관련 조사가 종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더 이상 소송을 통해 가상자산 산업을 옥죄기보다는, 건설적인 대화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 SAB 121 폐기: 은행들이 가상자산을 보유할 때 이를 부채로 인식하도록 했던 'SAB 121' 회계 지침을 폐기한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 지침은 은행들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는데, 폐기됨으로써 기관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 '가상자산 태스크포스' 출범: SEC는 이제 '가상자산 태스크포스'를 신설하여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이고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사후 집행'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적인 정책 수립'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은행권의 문턱 낮추기 : 전통 금융으로의 통합 가속화
SEC의 변화와 더불어, 미국의 주요 은행 규제 기관들인 연방준비제도(Fed),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 가상자산 관련 은행 활동 규제 완화: 이들 기관은 은행들이 디지털 자산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했던 오랜 규제들을 완화하거나 철회했습니다. 이제 은행들은 적절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만 한다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제공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에 보다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 '비반대' 통지 의무 폐지: 과거에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규제 당국의 '비반대(non-objection)' 통지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의무가 폐지되면서 은행들은 훨씬 더 빠르고 유연하게 가상자산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 비반대 통지 : 규제 기관이 제안된 활동이나 거래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을 더 이상 금융 시스템 외부에 존재하는 '위험한 자산'으로만 보지 않고, 전통 금융 시스템 내로 통합시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책임 있는 혁신을 촉진하고, 디지털 자산의 장점을 활용하려는 광범위한 정책적 변화의 일환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가상자산' 기조 : 새로운 시대의 서막
이러한 규제 완화와 친화적인 기조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있습니다. 2025년 다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 "미국을 가상자산의 중심지로"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상자산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 행정명령 및 부처 해체: '미국 디지털 금융 기술 리더십 강화'라는 행정명령을 통해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의 책임 있는 성장을 지원할 것을 천명했으며, 법무부 내 '국가 가상자산 집행팀(NCET)'의 해체는 강경한 집행 위주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상징적인 조치입니다.
-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추진: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법안(예: STABLE Act) 추진을 지지하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 비트코인 전략 비축 및 CBDC 반대: '비트코인 전략 비축'과 '미국 디지털 자산 비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발행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의 본질적 가치를 존중하고, 정부의 과도한 통제를 경계하는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산업의 새로운 도약대
이처럼 미국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 명확성을 확보하고,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며, 궁극적으로는 혁신을 장려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의 불확실성과 '규제 회색 지대'에서 벗어나, 이제 가상자산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모든 규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세탁 방지(AML), 테러 자금 조달 방지(CFT), 소비자 보호 등의 기본적인 원칙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정부는 가상자산을 억압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미래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며, 미국이 진정으로 '가상자산의 수도'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앞으로의 정책 변화와 시장의 반응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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